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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투정
신혜정 2017-06-03 추천 1 댓글 1 조회 521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 던져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 거야."

 

"그건 사랑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 같은데." 난 좀 어이가 없었다.

 

"있다니까. 네가 잘 모를 뿐이야. 여자한테는 그런 게 무지무지 소중할 때가 있거든."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2013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여자 주인공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들에겐 저마다 슬픔과 결핍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는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이 나온다.

나오코가 깊은 정적을 품은, 지켜주고 싶은 여자인 반면, 미도리는 기대고 싶어지는 여름 햇살 같은 여자다.

툭 건드리면 당장 바스라질 것 같은 나오코와는 반대로 미도리는 생명력과 자유분방함이 넘친다.

연애할 때에도 씩씩해서, 좋으면 좋다고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그대로 표현한다.

 

그러한 '강한 여자' 미도리가 웬일로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이런 어리광 섞인 속내를 드러낸다.

전혀 미도리답지 않은 이야기에 와타나베는 당황하지만 글을 읽는 독자들은 알고 있다.

미도리가 변덕스러운 폭군을 꿈꾸는 이유는 과거 그녀가 아무한테도 어리광을 부려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니, 도리어 상대의 기분대로 케이크를 계속 갖다 바쳐야 했던 것은 늘 '애어른'이여야만 했던 미도리의 역할이었다.

어리광 한 번 부려보지 못하고 일찍이 자립해야 했던 미도리에게

사랑이란

'내가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투정 부려도 그것을 다 묵묵히 받아주는 것'.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나 역시도 "넌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 여자야"라는 서운한 소리를 숱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강해 보여도,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알아주기 바란 건 지나친 욕심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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